경상북도에는 알려진 명산뿐 아니라 이색적인 암벽산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비로봉, 청량산, 주왕산은 일반적인 등산객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클라이머들에게는 매력적인 루트와 깊은 자연의 숨결을 지닌 장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세 산의 역사적 배경과 클라이밍 특징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비로봉 – 독특한 암릉과 불교의 성지
경북 문경에 위치한 비로봉은 흔히 속리산의 일부로 알려져 있지만, 경북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독립적인 암벽 클라이밍 성지로 불립니다. 이곳은 해발 1,033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암릉 지형이 복잡하고 날카로워 등반가들에게 진정한 도전감을 선사합니다. 비로봉의 이름은 ‘비로자나불’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교와 깊은 연관을 지닌 산입니다. 특히 산 정상 부근에는 고대의 사찰터가 있어, 종교적 성지로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습니다. 이 산의 암릉은 비교적 좁고 불규칙한 형상을 띠고 있으며, 특히 겨울철에는 눈과 얼음으로 인해 등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클라이밍 루트는 정식 코스 외에 바위 능선을 직접 타고 오르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따라서 로프 클라이밍이나 스크램블링 장비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로봉은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만큼 고요한 산행을 즐기기에 최적이며, 암벽의 형태와 난이도 덕분에 중급 이상의 클라이머들에게 적합한 장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청량산 –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아름다운 산악지대
청량산은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산으로, 이름처럼 청량하고 맑은 경관을 자랑합니다. 암릉과 단애 절벽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산세를 만들어내는데, 이 때문에 ‘한국의 알프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해발 870m의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수직에 가까운 바위길과 협곡들이 이어져 클라이밍의 재미를 더합니다. 청량산은 도교적 전통과 유교적 유산이 공존하는 산으로, 퇴계 이황이 머물렀던 청량정사가 남아 있으며, 그 옆으로 뻗은 절벽 위 암릉은 클라이머들에게 인기 있는 구간입니다. 특히 청량산의 대표 루트 중 하나인 장군봉~자소봉 능선 코스는 경사가 급하고 손을 많이 써야 하는 구간이 많아, 초보자보다는 숙련자에게 적합합니다. 이 지역은 기암괴석과 폭포, 숲길이 어우러져 있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곳이며, 특히 가을철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들기도 합니다. 클라이머들은 청량산에서 기술적인 등반 외에도 자연과 문화유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주왕산 – 신화와 전설이 얽힌 수직 암벽의 보고
경북 청송군에 위치한 주왕산은 국가 지정 국립공원이며, 수직 절벽과 기암괴석으로 구성된 산악지형으로 유명합니다. 이 산의 이름은 중국의 고대 인물인 ‘주왕’이 피신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였고, 실제로 많은 전설과 민간신앙이 산에 녹아 있습니다. 주왕산의 클라이밍은 주로 병풍바위와 급경사의 절벽 코스에서 이루어집니다. 병풍바위는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암벽이 길게 이어져 있으며, 이곳은 대한민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암벽등반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절벽을 오르기 위해서는 사전 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숙련된 장비와 철저한 계획이 요구됩니다. 또한, 주왕산은 동굴과 폭포, 협곡 등 다양한 지형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어 단순한 등산을 넘은 '산악 탐험'에 가까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암벽 클라이밍과 하이킹을 조합한 복합적인 산행을 할 수 있어, 다양한 스타일의 산악 활동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우 적합한 산입니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클라이밍 시 출입 가능 지역과 시즌 제한이 있으므로 사전에 국립공원 안내센터나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비로봉, 청량산, 주왕산은 잘 알려진 명산들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클라이머들에게는 도전적이고 의미 있는 루트를 제공하는 산들입니다. 역사와 전설, 문화적 배경까지 갖춘 이 산들은 단순한 등반지를 넘어선 깊이 있는 여행지가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산행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세 산을 직접 탐방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