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등산에 도전하는 애호가들에게는 높이뿐 아니라 그 산이 가진 역사와 등반 기록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등산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산들을 소개합니다. 실제 초등 기록과 사고 사례, 루트 특징 등을 포함해 등산 애호가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담았습니다.
등산 역사에 길이 남은 북미 산들
북미 대륙에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등산사의 굵직한 사건이 얽힌 산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디날리 산(Denali, 옛 명칭 맥킨리 산)은 북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해발 6,190m를 자랑합니다. 1913년 허드슨 스턱(Hudson Stuck)과 그의 팀이 초등정에 성공했으며, 지금도 혹독한 기후와 바람으로 고산 등반자들에게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코스입니다.
세인트 엘리아스 산은 캐나다-알래스카 국경에 걸쳐 있는 산으로, 북미에서 두 번째로 높습니다. 1897년 영국의 탐험가 듀크 오브 아브루찌가 초등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1946년에 이르러서야 초등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산은 접근성이 매우 낮아 빙하 항공기 착륙 후 등반이 필요한 독특한 루트를 제공합니다.
한편, 로건 산은 캐나다 최고봉으로 해발 5,959m입니다. 다른 고산에 비해 기술적 난이도는 낮은 편이지만, 극한의 기온과 고립성으로 인해 생존 스킬이 필수입니다. 1925년 첫 등정 이후, 캐나다 군과 국립공원이 관리하는 루트를 통해 수많은 익스트림 등산가들이 도전하고 있으며, 상업적 접근이 어려워 진성 애호가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립니다.
사고와 전설로 남은 유럽 고봉들
유럽의 산들은 단순히 높지만은 않습니다. 이곳의 봉우리들은 대부분 19세기부터 인류가 수차례 도전하고 실패하며 역사와 전설을 쌓은 곳들입니다.
에이가 산(Eiger)은 스위스 베르너 오버란트에 있는 해발 3,967m의 산으로, 북벽(Nordwand)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등반 루트로 손꼽힙니다. 1938년 독일-오스트리아 팀이 이 벽을 초등했으며, 지금까지 60명 이상이 이 벽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마르몰라다 산은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으로 해발 3,343m입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이탈리아 군의 고산 전투가 벌어졌던 전장이기도 합니다. 이 산의 아이스 루트는 지금도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빙하 루트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엘브루스 산은 러시아 코카서스 산맥에 위치한 유럽 최고봉(5,642m)으로, 19세기 말 러시아 군에 의해 처음 등정되었으며, 현재는 등산 루트 외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지만, 날씨 변화가 극심해 매년 구조요청이 잇따릅니다.
산악등반의 신대륙, 오세아니아와 남극의 산들
푸누카키 산(Mount Puncak Jaya, 옛 명칭 Carstensz Pyramid)은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역에 위치한 오세아니아 최고봉입니다. 해발 4,884m이지만 정글을 뚫고 들어가야 하며, 접근성과 정치적 이슈로 인해 극히 일부만이 등반에 성공한 희소성 높은 봉우리입니다.
사우스조지아섬에 위치한 마운트 퍼거슨은 어니스트 섀클턴의 남극 탐험 기록과 함께 전설로 남은 산입니다. 1916년 그의 팀은 이 산맥을 도보로 넘어 구조를 요청한 바 있으며, 현대에도 이 경로를 재현한 원정대가 존재합니다.
빈슨 매시프는 남극 대륙 최고봉으로, 해발 4,892m입니다. 1966년 미국 탐험대가 초등에 성공했으며,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체류하며 등반을 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한 물류 시스템과 항공 수송이 동반됩니다.
진정한 등산 애호가라면 고산의 고도만을 보지 않습니다. 그 산이 지닌 역사, 등정의 과정, 희생자들, 인류의 첫 도전이 담긴 이야기를 함께 걷고 오릅니다. 오늘 소개한 산들은 단지 ‘높은 산’이 아니라, 인간의 도전과 기록이 새겨진 상징적인 봉우리들입니다. 다음 등산 목적지를 고민 중이라면, 단순한 경치보다도 의미 있는 발자취가 남아 있는 산을 선택해 보세요.